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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식물

희귀 약용 식물과 기존 약물 간의 상호작용

희귀 약용 식물은 이름만 들어도 “자연에서 온 치유제”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매우 강력한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어 우리가 복용하던 처방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뜻밖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약물대사(특히 간의 CYP 효소군, UGT 등)와 수송체(P-glycoprotein 등)를 식물 성분이 억제하거나 유도하여 기존 약물의 혈중농도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약동학적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St. John’s wort는 CYP3A4를 강하게 유도해 면역억제제나 경구피임약의 농도를 낮춰 치료 실패를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베르베린 계열 성분은 CYP 억제 작용으로 항정신병제·스타틴 등과 병용 시 약물 농도를 위험 수준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전은 임상적으로 치료효과의 상실, 약물독성의 급증, 또는 수술 전후 출혈 위험 증가 같은 심각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몇몇 희귀 식물은 그 자체로 장기 장해를 일으키는 독성을 갖고 있어 약물 병용 시 위험이 훨씬 커집니다. Aristolochia(아리스톨로키아) 속 식물에 포함된 아리스톨로키산은 급속한 신기능 저하와 요로계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미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해당 성분을 포함한 제품이 다른 신독성 약물과 함께 쓰이면 신손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큽니다. Kava(카바)는 일부에서 간독성 사례가 보고되어 간대사에 의존하는 약물과 병용 시 간 손상의 위험을 높이며, Comfrey(콤프리)의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는 간의 정맥 폐쇄증 등 치명적 간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구강 섭취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즉, 희귀 식물 자체의 독성 프로파일과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의 안전역(therapeutic window)을 함께 고려해야만 실제 위험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희귀 약용 식물과 기존 약물 간의 상호작용

일상에서 안전하게 대처하려면 몇 가지 실용적 원칙을 기억하세요. 첫째, 처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허브·건강기능식품·민간요법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둘째, 수술 예정자나 항응고제(와파린 등), 면역억제제, 항암제, 항우울제(SSRI/SNRI)처럼 치료지수가 좁거나 상호작용 시 생명에 직결되는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복용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황달·심한 피로·심계항진·출혈·소변량 급감 등) 즉시 전문의에게 알리고 제품 포장·구매경로·복용량 정보를 제출해 정확한 원인 규명에 협조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모든 보완대체요법 복용 이력을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 시 간·신장 기능 검사, 혈중 약물농도 측정, 응급 처치(해독·지지요법)를 신속히 시행해야 합니다. 

 

사회적·제도적 차원에서는 원료의 표준화와 라벨링 투명성, 시판 후 안전성 감시 강화가 필수입니다. 희귀 약용 식물은 같은 이름이라도 종(種) 혼동·혼입이 발생하기 쉽고 배치별 활성성분 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DNA 바코딩·화학적 지문(LC-MS/HPLC) 같은 과학적 동정 기법과 GMP 수준의 제조관리, 그리고 잠재적 상호작용·금기사항을 명확히 표기한 경고문구가 요구됩니다. 소비자는 ‘자연 = 무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모든 보조요법을 복용 전 의사와 상의하고, 의학적 처방과 병용 시 위험을 최소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결국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